사라져 가는 것 사라진 것을 기억하고 우포늪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을 알리기 위한 고민의 흔적을 만난다 손남숙시인의 생태에세이

여기 우포늪이 자리한 경상남도 창녕에서 나고 자란 시인이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지 십삼 년 째. 거의 매일 같이 어머니의 품 같은 늪을 오가며 그곳에 깃들여 사는 다종다양한 생명들을 만났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천히 걸으며 “늪이 내는 소리를 듣고 늪이 만들어 내는 색에 같이 물들며” 시간을 보냈고, 그 잊지 못할 순간들을 글과 사진에 담았다. 《우포늪, 걸어서》는 2015년에 《우포늪》이라는 시집을 펴낸 손남숙 시인이 또 한 번 쓴 우포늪에 관한 생태 에세이다. 우포늪의 사계와 10여 년 동안의 변화를 담은 사진이 실려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새 이야기’에 할애되고 있다. “새에게서 다정한 마음을 느끼고, 새로부터 큰 위안과 기쁨을 얻는다”는 시인의 새에 대한 사랑은 글 곳곳에서 넘쳐난다. 새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럽게 점점 인간들 때문에 안전하게 살 곳을 위협받는 새에 대한 걱정으로, 그리고 우리 곁의 소중한 자연과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새 사진과 이야기가 담긴 3장이 특히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새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우포늪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식물인 가시연꽃부터 나사말, 노랑어리연꽃, 마름, 세모고랭이, 물옥잠, 매자기, 자라풀, 생이가래, 자운영 등 여러 가지 식물들도 등장한다. 책을 읽고 우포늪을 가면 예전에는 ‘초록’의 덩어리로만 보였던 것이 아마 매우 다르게 보일 것이다. 복잡한 생명체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세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5장부터 8장까지는 우포늪 생명길 1코스부터 4코스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걷기 코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것들, 시인이 특별히 기억하는 것들, 독자들이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우포늪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9장은 걷기 코스에는 빠져 있지만, 시인이 개인적으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 쪽지벌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시인은 가능하면 우포늪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배려하며, 느리게 조용히 두 발로 다가갈 것을 권한다. 우포늪을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생명연대가 이루어지는 여러 생명들의 삶의 터전으로 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시인이 오랜 세월 카메라에 담은 우포늪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여 년 전 우포늪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우포늪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우포늪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을 눈으로 훑는 것만으로도 늪을 조용히 산책한 기분이 들게 할 것이다. 《우포늪, 걸어서》 초판을 구입하면 《감정동 사람들》의 장서윤 작가가 그린 들고 다니기 편한 손그림 걷기 지도 엽서와 우포늪을 대표하는 동식물인 큰기러기, 가시연꽃,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따오기가 그려진 그림엽서 3종, 손남숙 시인의 사진과 시를 만날 수 있는 엽서 2종을 함께 증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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