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의 지역 문화 예술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자산으로 보존되려면?

최근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1위 석권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급기야 유엔총회에서 연설까지 할 정도로 그들은 K-pop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것은 문화예술산업의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가치를 입증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예술산업이 K-pop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 단체의 문화예술 산업은 중앙과 지역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여 지역의 위상을 제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주요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예술 산업은 지역 홍보의 소중한 자산일 뿐 아니라 최근에는 도시를 재생시키는 부가가치를 생산할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거창의 문화예술 산업도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거창국제연극제만 해도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의 경연장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수승대라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국제적 수준의 연극을 경험할 수 있는 연극인들의 축제가 된 지 오래다.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의 수 많은 연극인들의 눈과 귀가 거창으로 쏠리는 것은 거창의 자랑이고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거창국제연극제만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정립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근 30년을 쌓아온 거창국제연극제의 브랜드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대에 부응하는 행사가 일관성 있게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거창국제연극제 축제의 성격 보강해야

거창국제연극제는 연극제인 동시에 축제라는 강점이 있다. 다시 말해서, 전문가 중심의 실험적 예술성은 연극제의 흥행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연극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지역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측면으로서 ‘축제’의 성격을 보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역민의 문화예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거창 시내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고, 거창시민이 운영하는 장터(토산품, 지역음식, 벼룩시장)가 개방된다면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예술성에 기반하는 연극제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축제를 결합하는 데서 거창국제연극제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하겠다. 연극제의 규모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초청극의 수준이 관람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조건이라면 연극제의 경제적 효과는 날로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전망에 비해서 최근 거창국제연극제의 규모와 수준이 역주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들리고 있다.

■ 거창한마당축제의 지역한계 극복해야

또한 거창에는 지역민을 위한 ‘거창한마당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규모에서부터 압도적인 축제로, 그 가운데에는 올해로 48회를 맞이하는 아림예술제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 미술, 음악, 사진, 서예, 무용, 국악, 대중음악, 동화구연, 영상, 수석에 이르기까지 아림예술제의 분과별 행사의 규모는 타 지역의 축제를 압도한다. 지역민 중심의 각종 경연대회, 전시회, 체육대회 등은 거창 지역민의 소속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그것이 경제적 효과로까지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은데, 타 지역 시민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역민을 위한 지역민의 축제라는 인상이 강하다. 다양한 문화예술축제인 아림예술제가 지역 내부의 축제로만 머물고 있다는 것은 축제의 한계이다.

지역민의 정체성을 보장하는 축제도 필요하지만, 한마당축제가 거창국제연극제처럼 타지역으로 개방될 수 있는 통로의 개방은 필요해 보인다. 아림예술제의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충분한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한마당축제의 중심에 있는 아림예술제가 타 지역의 관람객들이 적극 참여하는 축제로 확장된다면 한마당축제는 거창 지역의 성장을 도모하는 두 번째 동력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 거창의 미래 성장동력 문화 예술 축제

거창의 지역 문화 예술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자산으로 보존되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 축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유지해야 한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축제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역의 축제인 동시에 연극제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지역주민이 원하는 문화적 욕구와 수요를 파악하고, 거창 지역민의 요구를 연극제의 성격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국제연극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축제가 될 수 있다. ‘연극의 거리’를 조성하여 연극과 축제가 어울어질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시민 모두가 손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민의 축제와 국제연극제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콘텐츠의 개발이 거창국제연극제의 향후 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둘째, 거창 문화예술축제는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지역민의 문화적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스토리텔링하여 현재의 문화에 접목한 거창을 부각시킬 수 있는 상징적인 작품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초중고생을 위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운영하고 젊은층의 지역주민들의 참여로 거창이 문화예술도시로 비상하는 데 기여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축제는 체험관광 프로그램 등 관광자원 또는 음식, 숙박, 지역 특산품 등 지역 산업과의 효율적인 연계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셋째, 거창의 도시 서비스 품질의 향상이다. 도시 기반시설인 터미널, 교통, 숙박, 화장실, 음식점, 공연장, 체육관, 정보게시, 안전 그리고 시민의 친절 등 서비스 품질의 향상은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비용이 적절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참가한 사람들과의 공감대 형성으로 얻는 만족감이 축제 자체에서 얻는 만족감보다 크다고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축제에 걸맞는 교통, 숙박, 안전시설의 수준확보가 성공적인 축제의 필수 조건이다. 그것은 또한 거창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도 연결된다.

넷째, 문화 예술 축제를 경험할 수 있는 상설 공연장 및 전시관 등의 확보이다.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는 문화예술을 중점으로 하는 플랜을 세우고,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미술관에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 등을 하는 문화예술에 의한 도시재생을 계획하였다. 나오시마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어, 일본 자치단체(현)의 소득 1위가 되었고, 인구 감소가 멈추었으며, 젊은 층이 증가하였다. 또한 영국의 게이츠헤드(Gateshead)라는 도시는 과거에는 탄광도시에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 정책을 시작했다. 문화적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공공미술사업으로 천사 청동 조각상, 밀레니엄 다리, 세이지 음악당, 미술관 등을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한 결과 유명한 호텔이 개장하고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감소하여 교류가 확대되었다. 자연스럽게 관광수입의 증가로 도시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공연장 및 전시관 등의 문화시설이 도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 것처럼 거창도 상징적인 상설 기념관이나 연극 조형물 등을 설립한다면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견인차가 되고, 그것은 더 큰 사회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거창의 문화 예술 축제가 이상의 4가지 요건을 충족한다면 거창은 문화예술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거창의 소중한 문화예술자산은 지역을 넘어서 전국으로, 다시 글로벌 동력으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거창국제연극제와 거창한마당축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은 거창의 문화예술 산업

이 브랜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더욱이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적 가치는 거창의 약속에 대한 기대와 믿음에 근거한다. 정책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는 한 거창에 대한 국내외적 믿음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으며, 그것은 거창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이 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의 기술혁명조차도 문화예술콘텐츠가 없이는 빈 껍데기일 뿐이다. 거창만의 독특한 문화예술, 지역, 관광, 지역상품, 사람, 교육의 요소들이 융합된 콘텐츠의 확보는 거창을 명품도시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지금이라도 거창의 미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관광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송은아 박사는 청주대 연극영화학과에서 박사(예술경영학)를 취득하였으며, 청주대, 한밭대, 금오공대, 극동대 등에서 공연예술경영 등의 강의를 맡고 있다.

<백제궁중기악>축제와 연극<체어> 등을 기획하였으며, <노틀담 드 파리>, <갈매기>, <가난포르노> 등의 프로듀서로서 공연을 이끌었다. 특히, <노틀담 드 파리>는 거창국제연극제(2017) 대상을 수상하였다.

<공연예술 콘텐츠의 관객 감동 결정 요인>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외 다수의 논문이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연예술콘텐츠의 플랫폼 활성화 방안>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의 문화예술상임이사, 한국연극예술학회의 학술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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