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건조주의보가 지속되고 있고 미세먼지와 강풍까지 가세하여 그만큼 화재발생의 위험도 커지는 시기다. 특히나 건조한 날씨로 인하여 한껏 마른 나무와 낙엽들, 그리고 목조로 이루어진 사찰 및 문화재는 화재에 노출되어 아슬아슬하다.

 지난 9일 산청군 산청읍 내리에 위치한 지곡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요사채 건물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난 것을 주변을 지나던 등산객이 신고한 것으로 다행히 소방관서가 인근에 위치하여 신속히 현장에 도착, 주변 대웅전이나 종각을 집중적으로 방어한 덕택에 대형화재로 번지지는 않았다.

 스님이 외부에 출타 중이었던 관계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강풍으로 불씨가 인근 야산으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막지 못했다면 대형산불과 전각 등 중요문화재가 소실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화재였다.

 사실 화재는 언제나 아찔하다. 자칫 방심하거나 초기진화에 실패하면 엄청난 재난으로 커질 수 있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불이다. 산 속에서 바람을 타고 불씨가 날아다니면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빠른 판단으로 신속한 초기진화가 요구된다.

 결국 요사채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요사채는 지곡사 대웅전, 종각과 불과 2~3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집중적으로 방어하지 않았다면 지곡사는 물론 대형 산불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화재였다.

 숭례문과 낙산사 화재소실의 예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전각이 목조건축물로 이뤄진 사찰 등 목조 문화재는 주요 구조부가 나무 등 가연재료로서 연소성이 높고 대부분 오랜 세월이 경과돼 건조된 상태에 있어 불이 붙기 시작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화재에 특히 취약하고 사찰의 화재발생은 치명적인 피해로 나타난다.

 주로 도심지와 떨어진 산중에 위치한 전통사찰은 연등, 촛불, 가스 등 화기취급 위험, 소방차의 진입곤란과 목조건축물의 특성상 급격한 연소 그리고 인접 산림으로의 확산우려 등의 화재에 매우 취약한 특성이 있다.

 소방서와도 멀리 떨어진 원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화재 진압을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점이 있으며 특히 기후가 건조한 봄철과 겨울철에 화재발생 위험이 더욱 높다.

 불이 나면 몇 시간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문화 유산을 우리시대에 와서 화재로 인해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화재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질 때마다 문화재 보존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실질적인 화재대비는 아직도 여전히 허술하다.

 국보와 보물의 70%를 보유하는 지방의 사찰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문화재로 지정이 되지 않은 목조 사찰건물은 스프링쿨러나 소화전조차 없어 작은 불도 쉽게 번져 대형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12~16년)간 전국적으로 사찰 등에서 발생한 화재는 265건이며 16명의 인명피해(사망 2, 부상 14)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주요 화재 원인은 부주의(35.8%) 및 전기적 요인(27.1%) 때문이다. 화재초기에 소화기 등으로 신속히 진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재가 발생치 않토록 사전에 예방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사찰 등에서 준수해야할 사항을 적어본다.

1. 자체 방화점검 철저(연등, 촛불, 전기·가스시설의 점검, 아궁이·화목난로 등 화기취급주의 등)

2. 노후 전기시설의 개선, 문화재의 방염처리

3. CCTV 설치, 불꽃 연기 감지기 설치, 소화전 설치, 주야 정기 순찰 등으로 구성된 방재시스템을 구축

4. 방화수림대(防火樹林帶)의 설치(산불이 났을 때 불길이 경내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거나, 사찰에서 난 불이 산림으로 비화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숲과 사찰 사이에 조성한 약 15~20m의 완충공간)

5. 사찰주변 산불발생 위험요인의 파악, 사찰주변에 내화수림대(참나무류, 동백나무, 은행나무 등) 조성, 산불진화 자체계획 수립 및 소방시설 확충

 해마다 석가탄신일을 맞으면 소방서에서도 전통사찰 등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해 사전에 화재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소방대원과 소방차를 전진 배치하거나 불안전요소 제거, 소방시설물 점검 및 관계자 소방교육 등을 통하여 유사시 문화재 등 시설물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내 사찰은 내가 지킨다'라는 의식으로 평소에 지속적인 예방활동과 습관처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목조문화재의 경우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천년이상을 자리를 지켜온 전통사찰이 사라지는 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전소되는 경우가 많다. 사찰화재는 단순한 건물 화재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유산의 소멸을 의미한다.

 문화재는 그 역사와 세월의 깊이로 인하여 더욱 더 그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한번 훼손되면 똑 같은 모습으로 더 깨끗하게 복원했다하더라도 이미 그 문화적 진가와 역사성은 되살릴 수가 없다.

경남 산청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조사담당 고선철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남열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