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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와 함께 떠나는 의령 9경 여행

변덕스러운 3월이 지나고 하늘이 차츰 맑아지는 청명절기와 더불어 봄비가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절기가 있는 4월은 연분홍 꽃들과 연두빛 새싹으로 눈이 호사하는 계절이다. 덩달아 나뭇잎이 물기를 머금기 시작하는 이즈음, 의령(宜寧)에서 열리는 ‘의병제전(4.21.~4.23.)’도 구경하고 의병 역사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의령 9경’으로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볼거리 여행을 떠나보자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 망우당 곽재우 생가가 있는 마을 입구에 자리한 ▲현고수는 1592년 4월 22일 큰 북을 매달아 의병을 모았던 역사의 현장으로 매년 4월 21일 이곳 현고수에서 의병 혼불 채화를 시작으로 4월 23일까지 ‘의병제전’이 시작된다. 이로써 의병 혼불은 긴 봉송로를 거쳐 의령의 제1경이자 임진왜란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던 망우당 곽재우 홍의장군과 17장령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충익사(忠翼祠)(의령 제1경)가 있는 의병탑으로 향한다. 이날 의병교에서는 의병창의 재현 퍼포먼스, 의병탑 주변에는 화려한 오색불꽃 장식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특히, 곽재우 의병장 서세(逝世)400주년인 올해는 충익사 야간개방을 실시, 500년이 훌쩍 넘은 노거수 모과나무가 있는 고요한 사당 정원을 달빛과 함께 거닐며 오롯이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충익사의 호젓한 추억을 뒤로하고 이제 남강을 따라 의병의 이야기가 서린 곳으로 가보자. 먼저 의령관문 주변에 위치한 ▲정암루(鼎岩樓)(의령 제5경)는 그 옛날 선인들이 나룻배를 타고 왕래했던 나루터지만 임진왜란 때는 나루에서 곽재우 장군이 왜장 안코쿠지 에케이(安国寺 恵瓊)가 이끈 2천의 왜적을 잠복 끝에 몰살시킨 승전지로도 유명하니 지금은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정암루 주변 의병광장에는 곽재우 동상이 남강을 내려다보고 있고 오래전 의병부대에서 사용했던 의병깃발이 세워져 있어 마치 그날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정암루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면 간간이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의 모습에 옅은 웃음과 함께 마냥 여유로워진 자신을 보게 된다. 왼쪽으로 자리한 가마솥을 닮은 솥바위는 구한말 한 도인이 솥바위를 보고 반경 30리(12㎞)안에서 3대 부자가 나온다고 예언, 삼성과 엘지, 효성 등의 창업주가 탄생해 전설이 현실화 된 곳이다. 이 때문에 부자전설로 많이 알려진 정곡 ▲호암 이병철선생 생가(의령 제9경)에는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나 세계를 경영한 기업가의 오래전 모습을 기억하는 관광객들로 조용한 시골마을이 북적인다.

정암루에서 남강을 따라 10여분 내려가면 ‘의령 9경’ 중 제6경인 ▲탑바위에 도착한다. 남강을 끼고 있는 호미산의 수직절벽 위에 얹혀 있는 바위로, 얇고 평평한 돌판이 탑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듯한 형상이어서 탑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탑바위가 얹힌 절벽 아래의 좁은 터에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도도량인 불양암이 정갈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속세를 이기고 있다. 의령 땅에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의 전승지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만 특히, 이곳 탑바위는 망우당 곽재우 장군이 의병들의 거점으로 삼았던 유곡면 세간리와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이곳 탑바위 인근의 호미산성을 활용해 남강변에 촘촘히 복병을 매복해 두었다가 왜군의 내습에 대비했던 기록들로 미루어 탑바위의 싸움도 그 규모를 능히 짐작하게 해 준다. 조용하고 호젓한 주변 정경과 비구니 스님들의 평온한 모습이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되는 의령의 명소 중 하나이다.

이렇듯, 임진왜란의 의병은 조선말기의 의병으로, 조선말기의 의병은 항일 독립군의 모태가 되어 우리민족의 항일정신을 이어가게 했으며, ‘백산상회’부터 ‘발해농장’까지 독립운동 거점의 설립자 백산 안희제 선생에 이르러, 일제강점기 청년들의 학비지원과 국권회복운동, 민족교육 등으로 독립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의령군 부림면 입산리에 소재한 ▲백산 안희제 선생의 생가(의령 제8경)는 목조와가인 안채와 초가지붕인 사랑채 2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박하고 정갈한 가옥은 조선후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단아한 돌계단과 나무기둥, 그리고 나무로 된 부엌문과 마루가 인상적일 뿐 아니라 흙마당에 들어서면 ‘역사는 반만년이고, 지역은 비록 작으나 국민은 2천만이다’라고 한 선생의 말이 금방이라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해거름, 햇살의 끝자락에 비친 기와지붕의 날렵한 선은 선생의 곧은 절개와 닮은 듯하여 여행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큰 뜻을 품었던 선생의 마음에 가슴 뭉클한 여운이 남는 곳이다.

이제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맑은 물과 고요한 숲이 아름다운 산속으로 들어가 보자.

산세가 아름답고 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하여 이름 붙여진 궁류의 찰비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벽계관광지(의령 제4경)를 거쳐 주변 전망이 좋은 한우산이 나온다. 해돋이와 해넘이, 그리고 별빛이 맑고 밝게 빛나 별을 보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며, 맑은 밤에는 별빛과 함께 진주시, 함안군, 합천군 일부 지역의 불빛이 손에 잡힐 듯 밝게 다가온다. 주변에는 도깨비 전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도깨비 숲과 숲속 산책길이 있어 함께 거니는 사람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장소이다.

한우산을 따라 넘어오면 앞에서 만나는 우뚝 솟은 큰 산이 성의 망루처럼 솟아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자굴산(의령 제2경)이다. 의령을 품고 있는 자굴산은 등산로와 더불어 편안하게 산을 둘러 볼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등산과 산책을 겸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곳이기도 하다. 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자굴산과 한우산 사이에는 고개가 하나 있으니 소의 머리 자굴산과 소의 어깨와 등인 한우산 사이에 있다 하여 쇠목재라 불리며, 이 곳을 기준으로 두 갈래 길이 나눠지는데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일명 “색소폰 도로”이다.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었지만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던 그 시절 흙먼지 날리는 이 고개를 자식을 위해 부지런히 넘나들었을 촌로들에게는 숲에 가득한 새소리가 위안이 되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가 시름을 잊게 했으리라...

이제 4월도 막바지에 이르러 계절은 벌써 봄의 길목을 지나 여름으로 향해가는 5월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현란한 놀이시설과 감칠맛 나는 먹거리가 즐비한 여행지가 넘쳐나지만 400여 년 전 조용한 시골마을 농부들의 나라사랑 정신이 숨 쉬고 있는 호국의병의 수도 의령에서 펼쳐지는 ‘의병제전’과 함께 의병의 역사가 숨쉬는 ‘의령 9경’은 색다른 묘미를 선사하는 신선하고 느긋한 여행이 될 것이다.

임완중 기자  ds5or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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