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석서울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국민의 관심이 크게 높아져 있다.

덩달아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그렇다면 삶의 질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으로 그것을 평가할 수 있을까?

선진국에서는 환경의 질로 그것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미국 같은 경우는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지역 주민의 건강과 수명까지 결정한다고 알려지면서 지역 자연의 관리에 정부와 주민 모두가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숲세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환경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각 개인의 관심 분야, 접근방법 및 그들의 시·공간적 위치에 따라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그 정의도 시대에 따라 다소 다르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환경은 자연 환경을 의미한다. 그것은 다시 생물환경과 비 생물환경으로 나누어지고, 인간이 미친 영향의 정도가구분의 기준이 된다면, 자연환경과 도시환경으로 나누어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대체로 인간환경, 즉 인간을 위한 환경에 모아 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는 각종 환경문제를 고려하면, 환경은 두 개의 구별된 개념 즉, 생활환경 (environment for living)과 생존환경 (environment for survival)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미래를 위한 환경은과거의 것과 달라져야 한다 사람들이 자연의 혹독함과 싸우며 원시생활을 할 때, 그들의 궁극적인목표는 인간의 생리적 본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원시인에게 그러한 환경은 유일한 인간환경, 즉 생활환경 이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짐이 될 정도로 너무 많은 자연에 의해 둘러싸일 때, 생활환경의 개량은 원시림을 태워버리고,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개척하는 쪽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과 기술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여 대규모 산업시설, 대량 수송 체제, 거대도시 및 새로운 도시들이 자연을 파괴하며 건설되어 왔다.

한때 이러한 구조물들은 기술과 산업 발달의 명예로운 심벌들이었지만, 오늘날 그것은 인간의 생존환경을 황폐화시키고 파괴시키는 것 으로 입증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미래를 위한 환경은 과거의 것과 달라져야 한다.즉, 그것은 생존환경이 중시되어야 한다.하지만 생존 환경은 만일 일시적으로 희생된다면 모든것이 편리하고 효율적이 되며 바라는바를 얻을 수 있는 생활환경을 이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경험과 지혜그리고 체계적인 지식과 정보에 근거한 교육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생존환경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가 그들의육체적, 지적, 그리고 정서적 능력을충분히 발달시키고 발휘할 수 있는 이러한 생존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다양한 생물사회, 즉 지구라는 생태계의 하나의구성원일 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생태계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여러 환경 통계 자료를 대입해보면 도시생태계는 주변의자연생태계와 단절되어 독자적으로인간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즉 자연생태계의 일부로서만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적 현실을 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질이높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확보할 수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실제 환경 문제를 검토해보기로 하자

기후변화 유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탄소수지를 우리나라전체 수준으로 평가해보니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우리나라의 자연이 흡수하는 양은 배출량의 1/10도 안 되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우리가 배출한 나머지 90% 이상의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남아 기후변화를 유발하며 다양한 유형으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는 인간을 비롯하여 생물이 살아가는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서 생물이 사는 범위와 종류를 결정한다.

따라서 생태학자들은 생물의 종류와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기후를 평가하기도 한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이 생물이 보이는 계절현상 (phenology)이다.

기상청에서 기록해 온 벚꽃 개화일 자료를 분석하여 평가해보니 최근100년 동안 봄이 2주가량 앞당겨졌다. 여기에 흥미를 느껴 필자는 그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보았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범위에 걸쳐 자라고 있는 참나무의 한 종류인 신갈나무 숲을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 도심의 남산, 그 외곽의 불암산, 경기도포천의 광릉 그리고 강원도 인제의점봉산에 성립한 신갈나무 숲에 가시적 자료와 광선의 파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설치하여 신갈나무의 개엽시기를 조사하였더니 그 시기가 지역의 기후자료와 잘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 범위를 전국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카메라 파장정보와 정보의 호환가능성검토를 거친 후 위성영상을 분석하여 평가해보니 여기서도 개엽의 시기는 지역의 기후와 잘 부합하였다. 특히 동면했던 생물의 활동이 시작되는 온도인 5℃ 이상 온도의 누적치와 잘 일치하고 있었다.

이러한 자료에 근거하여 신갈나무의 개엽시기를 100년 전과 비교해보니 그 시기가 11일 가량 빨라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 기간을 벚꽃의 개화단축 기간과 비교해보니 3-4일 가량 느렸다.

벚꽃의 개화 기록이 주로도시에서 진행되고, 신갈나무는 도시에서 먼 곳에 주로 성립해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차이는 도시화가 추가적으로 가져온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벚꽃 개화일은서울의 도심과 외곽지역이 5일가량차이를 보였고, 신갈나무의 개엽시기도 도심과 그 주변이 2-3일 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보니 도심과 그 외곽이 50 ppm정도 차이를 보였다.

도시화가 대표적인 환경문제인 기후변화를 더 심하게 부추기고, 그것이 환경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또 몸으로 느끼고 있기때문에 사람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달래기 위해 자연을 찾고 있다. 경남지역은 람사르 등록 습지인 우포늪과 무제치늪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습지가 가장 넓게 분포하고, 자연이 잘 보존된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 등의 국립공원을 보유하여 현대문명에 지친 도시민의 에코 힐링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창 창포원

세 개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인 거창, 함양, 산청 그리고 합천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 세 국립공원은 저지대로부터 고지대를 향해난온대 낙엽활엽수립, 온대 낙엽활엽수림 그리고 아고산대 상록 침엽수림을 보유하여 생태적 다양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여 오염된 환경을 정화할 수 있는 기능으로서 생태계서비스 가치가 높고 자원이 될 수 있는 생물의 종류 또한 많아 화폐가치를 기준으로 검토해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는 요즘4차 산업혁명을 자주 언급하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필자는 이들이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4차산업혁명시대에 더 높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상품은 바이오산업 상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이 정보통신기술의 두 배 이상의 부가가치를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바이오산업을 성공으로 이끌 DNA를 가지고 태어났다.

굳이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선생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아주오랜 옛날부터 우리가 보유한 대부분의 식물을 다양한 유형의 식용으로삼아 왔고, 그 중 일부를 추려 건강식품으로 그리고 그들을 더 간추려 약재로 활용해 왔다.

우리가 오랜 역사를 통해 거쳐 온 이러한 과정은 오늘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정보로 기능할 수 있으며 그 산물은 4차 산업 혁명시대의 효자상품으로 기능할 수 있다.

거창, 함양, 산청과 합천은 이미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출발을 한 상태다.

항노화사업을 비롯하여 친환경 농산물과 자연이 제공하는 다양한 생물을 가공하여 상품화하는 산업이 같은 부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야를 다듬을 필요가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지역은 천혜의 자연을 타고나 상품가치가높은 생물자원을 어느 지역보다 많이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의약품과 같은 고부가가치상품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아야 하고, 이론적 뒷받침을 할대학의 개편이 요구되며 예산지원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대학은 융합의 시대에 어울리는 체계를 갖추어야할 것이다.

의학, 한의학, 약학과 같은의·약학 계열의 조화로운 융합과 여기에 생명과학이나 화학과 같은 기초과학 분야가 추가적으로 융합하여 바이오의약산업이라는 신산업을 이룰 토대를 구축하여야 한다. 의학과 한의학은 같은 의학계열이면서도 그동안 서로를 멀리해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보다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려면 이들의 조화로운 융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의 융합은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오늘날 많은 생명과학 관련 연구에서다양한 생명관련 정보를 담아 체계화하는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이거의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험의학으로서 한의학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 의학분야발전에서 bioinformatics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여기에 약학분야가 추가되어 이들이 실용화 연구를 주도 하면 기초과학분야는 개념적 토대를 제공하며 또 다른시너지를 이루어내기 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울리는 이러한 대학의 특성화는 지역 특성화의모태가 된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관련 분야의 조화롭고 체계적인 융합을 통해 이루어내는 바이오의약산업은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국가나 지자체의 전폭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그것은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이 지역은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해당지역의 탄소수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함양상림숲

함양 상림의 예를 들어보자.함양 상림은 신라시대 최치원선생이 조성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약 1,100년 전에 조성된 숲인데, 오늘의 기준으로 평가해도 숲의 체계와 종 조성 모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태 복원으로 평가할 수있다.

그러나 그 주변에 오늘날 조성한 습지는 이와 정반대의 평가를 받을만하다.

주변의 하천과 인근 숲의관리 수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자연관리가 이어진다면 타고난 천혜의 자원을 잃게 될 것이고앞서 언급한 미래 신산업의 성공도기대하기 어렵다. 선조가 남긴 위대한 업적에 부끄럽지 않은 자연관리가요구되는 대목이다.

거창의 창포원은거창의 창포원은 낙동강 수계 주민이 납부하는 물이용 부담금으로 조성된 수계관리기금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수변 생태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입된 시설이 수변과 관계없는 시설이 많고 또 지역 및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시설도 많다. 도입된 식물의 종류와 배치 방법도 생태공원으로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곳의 위치는 황강의 배후습지에 해당하니 줄, 부들, 미나리, 고마리, 개갓냉이 등이 물가에 정착하고, 그 다음에는 개키버들과 갯버들 그리고 뒤이어선버들, 버드나무, 왕버들 등이 어우러진 모습이 이 지역의 생태와 어울리는 모습이다.

물론 주민과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창포,연, 수련 등같이 꽃이 아름다운 식물을 배치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자연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후에 그들을 도입하였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져 본다.

그러면서 미국 오하이오의 올랜탠지강에 Mitch 교수가 조성한 콩팥모양의 습지를 떠 올려 보았다.

자연의 모습을 모방하여 조성하였고, 습지의 역할이 우리 몸의 콩팥과 같이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 모양을 형상화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해당분야 교육과연구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국내에도 참고할만한 장소가 있다.

충남 서천에 자리잡은 국립생태원이다. 국립생태원은 국가의 생태관련 연구를 총괄하는 국가 연구기관이다.

이 기관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변화가 가져오는 생태계 변화를 진단, 예측 및 적응에 대해 연구하고 나아가 훼손된 생태계를 치유하고 관리하여 건전한 국토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건립하였다. 특히 연구를통해 수집한 자료를 전시하여 교육하는 추가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곳에는 국내의 주요 산림과 습지 생태계가 국립공원 산림과 보호지역 습지를 모델로 삼아 조성되어 있는것은 물론 열대, 사막, 지중해, 난온대및 극지로 구성된 세계의 주요 기후대별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 조성된 습지와 산림생태계를 모방하면 천혜의 자연을 타고난 지역이지만 거창, 함양, 산청 및 합천의 습지는 물론 지역의 자연생태계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그것을 통해 제 모습과 기능을 회복한 거창, 함양, 산청 및 합천의 자연은바탕에 자리잡은 타고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에코힐링의 메카는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의 효자상품 바이오신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토대가되어줄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과 행동이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는 지속가능한발전이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며 국가와 지방을 살리는 길이다.

그림 1. 전국의 기초 지자체 별 탄소수지. 녹색으로 표시된 함양, 산청 그리고 합천의 경 우 탄소흡수량이 발생량보다 많아 건 전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 고 있다. 본 자료는 이창석교수가 환 경부 지원을 받아 평가한 우리나라 주요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능과 환경 부 구축 지자체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을 조합하여 작성한 자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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