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함께 낯설게 다가온 세상을 시집 「배운 할머니」에 담아

여든 살에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에서 처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정을순(거창군 거창읍 중촌마을, 86세) 할머니는 올해 한글과 함께 낯설게 다가온 세상을 「배운 할머니」란 제목의 첫 시집에 담아 출간했다.

할머니는 한글을 깨우치자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공모하는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꾸준히 작품을 내 2018년 전국 우수상, 2019년 전국 최우수상, 2020년 경남 도지사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2019년 작품 <숨바꼭질>은 할머니가 ‘글을 깨우치고 나니 일상의 모든 것에 글자가 숨어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배움의 기쁨을 표현한 시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 대국민투표에서 최다득표를 받아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이번 시집의 제목인 시 <배운 할머니>는 한글을 읽지 못해서 다른 버스를 탈까 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못 갔던 할머니의 경험에 대해 이젠 ‘배운 할머니’라서 ‘딱 보고 탄다’며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했다.

시집 「배운 할머니」는 이처럼 못 배우고 가난한 삶을 살았으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낸 이 땅의 많은 할머니,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대변한 이야기다.

이번 시집은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죽은 남편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와 2019년에 <숨바꼭질> 작품에 대국민투표에서 응원해주었던 많은 분들의힘이 시를 쓰고 모으게 했고, 2020년 출판콘텐츠진흥원에서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돼 세상에 나오게 됐다.

거창군은 2015년부터 학력인정 운영기관으로 인정받아 성인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9년도에는 경남도내 최초로 중학 학력인정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되어 현재 초등·중학학력인정 5개 교실과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 19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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