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에…

우리 사는 세상에…

눈이 먼 아버지와 아들…함양에서 이런 일을!

아버지, 부(父)…이 글자는 하나의 세로 획과 우(又)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갑골문이나 금문을 보면 손에 막대기와 같은 무엇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글풀이 학자들은 이, 그 무엇을 돌도끼로 해석한다. 도끼를 들고 열심히 일을 하는 남자, 그래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사람, 아버지 부자 속에 이런 의미가 담겨져 있다. 많은 작가들이 아버지를 주제로 빼어나고 감동적인 글을 썼다. 최근에는 신경숙 소설가가 부친의 삶을 그린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펴냈다.

이번 소설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실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라는 한 사람에게 가닿게 되는 과정을 절절하게 그려낸 이야기로, 소설가 신경숙의 작가적 인생을 한 차원 새롭게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소설을 써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삶과 세상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과 철학, 그리고 가족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를 응축해내면서 가족의 나이 듦을 처음 바라보게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시리고도 찬란하게 펼쳐놓는다.

신경숙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주인공은 아버지는 평범한 시골촌부이다. 소설 속, 아버지는 그 어떠한 좋은 시절이 와도 자식 걱정 속에서 모든 시간들을 '살아내야' 할 뿐일 것이다. 소설 속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업다

하늘 아래 니가 건강하면 그뿐이다

-아들 승엽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내가 사는 함양군에도 애오라지 자식걱정, 근근히 살아가는 시골촌부 아버지가 있다.

눈이 먼 문시성씨. “원래 눈이 일점영이 넘었는데 서른 너머 (눈이) 갑자기 멀어 지푸렸습니다. 중증 시각장애인이 된 푼 겁니다. 내 팔자다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아이고 아들 자석놈도 눈이 멀어 지고 마라 푸렸네요? 허허허”

아들 이름은 찬석이. 찬석이가 최근 생활전선에 나섰다. 수동면에 안마실을 운영한단다. 매상(?)을 올려줄 겸 찬석이샵을 찾았다.

안마사 문찬석씨가 필자에게, 다리를 뻗고 머리를 숙이라고 한다.

그가 필자 양쪽 어깨높이의 척주로부터 미골까지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쓰다듬는다. 다음에 오른손 위에 왼손을 얹고서 한 군데에 대고 3∼4초 동안씩 보통압법에 의한 장압(掌壓)을 실시한다. 시술이 끝나고 문찬석씨 인생 풀스토리를 들었다.

그는 수동면 변동마을에서 부-문시성씨와 모-이흔주씨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수동초등학교 수동중학교 제일고등학교(전자과), 안마사협회 안마수련(2년) 과정을 마쳤다.

“어릴 때 부터 오른쪽 눈 실명(한쪽 눈이 안 보임)으로 책을 보든지 한 곳을 집중하면 눈의 피로감이 심하게 왔습니다.”

가족력 때문은 아닐까? 찬석씨에게 물어보려다가 실례가 될까 싶어 그만 두었다.

“안마를 배우게 된 계기는 눈이 안 좋고, 직장 생활을 해도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아버지 지인께서 안마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 해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는데 안마사협회에 등록하고 공부하는 과정 중 같이 배우던 모든 사람들이 잘해줘서 참 잘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찬석씨(010-4144-0699)는 말한다. “안마는 손으로 몸을 누르거나 두드려서 하기 때문에 ‘기운’이 전해집니다요. 그래서 서로 친해지고 좋은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요.”

좌우명은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

“처음부터 잘되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천천히 열심히 노력해서 입소문(안마능력)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잠시후 아버지 시성씨가 왔다. 필자가 넌즈시 물었다.

-아들놈 자랑 좀해 보소. 아들놈 지압의 특징은?

“지압은 정적(靜的)인 것이 특징으로서 손으로 누르는 압이 내장과 근육 등 인체의 조직에 깊숙이 침투하도록 지속압(持續壓)을 가하여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능력을 이끌어내어 치료 효과를 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의 체질이나 체력 등에 맞추어서 누르는 각도 누르는 힘의 강약, 누르는 시간이나 회수의 조절 등 여러 증상에 맞추어 주는 데 그 효과의 극대화를 기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들놈이 좋은 스승을 만나 안마를 제대로 배웠소이다 허허허, 이걸로 입에 풀칠이라도 했으면 하는 게 아비의 바램입니다”

하면서 눈시울을….

필자는 이런 시성씨 모습에서 보다가 신경숙 작가의 멘트가 생각났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업다

하늘 아래 니가 안마 잘해 잘 묵고 잘 살길 바랄 뿐이다“

정상목●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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