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중 기자가 만난 사람.

古山 최은철 서예 속에 莊子의 미학이 들어있다!

서예(書藝)란, 무하유지향에서 도(道)와 함께 노니는 독락(獨樂)의 유희요, 천뢰지흥(天籟之興)을 지필묵으로 연주하는 무성(無聲)의 음악이다.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장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의 이상향을 말한다.

함양군 안의면 용추계곡 초입, 황석산 기슭에 영험도량 령암사가 있다. 절 뒤편에 엄청난 우주슈퍼에너지가 샘솟는 바위가 있다.

한 서예가가 도량 저편에서, 어른 키 높이 바위에, 관(觀) 자를 쓴다. 관이란, 불교의 진리를 직관하는 수행법을 총칭하는 불교용어이다. 범어는 비파샤나이며 능견(能見)·정견(正見)·관찰·관으로 번역된다. 그 방법으로는 가상(假象)으로서의 달이나 해의 모양을 마음으로 관상(觀想)하는 방법과 일체의 현상이 무상하다는 이치를 일념으로 관찰하는 무상관(無常觀), 일체법의 근본이 공이라고 관하는 공관(空觀), 인생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존재로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추한 것이라고 관하는 부정관(不淨觀), 법신은 본래 나고 죽음이 없다고 관하는 법신관(法身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령암사 주지가 필자에게 말한다. “지금 바위에 관 자를 쓰고 계시는, 저 서예가께서 말이죠, 앞으로 우리 령암사 위해 아주아주 큰일 해 주실 겁니다. 령암사 도량 주변에는, 여느 절에서 볼 수 없는 큰바위들이 많습니다. 그 바위에다. 저 어른께서 금강경 약사경을 필사, (전각으로) 새길 겁니다. 그 대역사가 끝나면, 령암사는 해인사 소리길처럼 선의 경지로 가는 명상 아쉬람으로 거듭날 겁니다”

-저, 서예가는 누군가요?

“허허 대단한 분이시죠.” 하면서 서랍 속에서 한 장의 팸플렛을 꺼낸다.

제13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2021년 11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이 행사를 진두지휘한 예술감독이십니다. 옛 고(古) 뫼 산(山) 최은철 선생….”

마침내 고산 최은철 서예가, 작업을 마치고 스님 방으로 들어온다. 그는 성균관대학교(동양미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예술가 이름 높다. 논문 “송대(宋代) 심의적 서풍의 노장 철학적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산은 월간 서예문인화와 월간 서법 예술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에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한국서예문화학회, 한국도가철학회 등 다양한 협회의 이사직과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또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민국 제 4대 국새제작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2010년에는 광화문 현판 복원 연구원으로 참여하였다.

-어떠한 인연으로, 령암사 대역사 공양에 나섰느냐?

“일전, 안의면 출신 박유미 화가(수채화) 소개로 스님을 친견했습니다. 령암사 절터 기운이 너무 힘차고 서기(瑞氣)가 흘러 여러 번, 절을 찾았다가 (령암사를 위해) 의미 있는 공양 할 게 없을까? 생각하다, 저 튼실한 바위에 부처님 말씀 경전을 쓰고 새기면 좋겠다 싶어, 붓을 들게 되었습니다.”

고산은 서예를 순수 주관적 자유정신에 의한 문자의 시공간적 조형 활동의 세계로 정의한다.

고산은 장자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다.

그의 스승,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우산(友山) 송하경 선생은 말한다. “고산은 장자의 미학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장자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인식 위에서 자유를 추구하고 체현하려 했다. 고산 서예작품은 장자의 미학을 지향하고 있다”

다음은 우산 송하경 교수의 말이다.

“고산은, 장자가 무심(無心)과 무위(無爲)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자 했듯이 (자신도) 무심과 무위로 경지로 삶의 세계를 소요하면서 예술창작을 한다.

시공적 무애(無碍)의 세계를 소요

고산은, 무고(無固), 무상(無常), 무궁(無窮)의 시공적변화의 세계를 유영하고, 무하유지향, 광막지야(廣漠之野)의 시공적 무애(無碍)의 세계를 소요하며, 조물주와 함께 노닐면서 독락, 황홀, 선경(禪境)의 세계를 화선지에 담고 있다.“

국제서법예술연합 한국본부이사장 초정(艸丁) 권창륜 선생은 고산을 이렇게 말한다.

“고산이 그동안 천착한 서법미학의 지도리가 노장에 근거를 두고 그 사상을 전개하고 있는 듯한데, 그간의 서법 적공 과정에서 터득한 미학경계는 유가미학에 입각한 수련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노장의 미추관과 소요유, 관조 등의 미학관과 공자의 화(和)와 문질빈빈(文質彬彬) 사상의 상호 괴리 문제는 여하히 변별할 수 있는지, 더 천착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되며, 고산 동학이 이러한 종래의 서법 미학관에서 새로운 큰 봉우리를 목표로 착안한 혜안이야말로 동파, 청주, 남전, 판교, 추사 등이 추구했던 서예미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사(逸事)라 기대가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산의 작업실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있다. “령암사 불사로 틈틈이 함양(군)을찾는데, 소요유하기에 참 좋습니다. 이곳에 와, 령암사 스님, 박유미 수채화 작가 그리고 안의면 주민들과 담소 나누는 즐거움이 솔솔 찮습니다, 이 마을에서 어떤 영감을 받아, 함양을 테마로 한 작품전을 열고 싶습니다.”

고산의 몇몇 작품들을 감상하려면 함양군 안의면 용추아트갤러리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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