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가조면 삼봉거사 김종근-

아림골의 고을 원님 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다섯 형제의 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경향 각지의 아림골 출신 백성들과 고을 백성 모두가 한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5형제의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아끼고 사랑하며 후원해 왔는데 원님 자녀를 놓고 다투는 모습에 걱정이 많습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서로 양보하며 격려하는 우애 정도는 아닐지라도 키워준 부모와 이웃, 고을 백성들의 기대는 저버리지 말아야 할 텐데 5형제의 원님 쟁탈전은 자리 욕심으로만 비춰지고 있어 백성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공약으로, 원님 자리에 오르면 고을과 백성들을 위해 선정을 펼치겠노라고 약속하고 있지만 다른 듯 비슷한 내용이 민심을 얻고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함도 많습니다.

큰 형님은 짧은 2년의 두 번 원님 재임 기간에 못다 이룬 고을 발전의 완성을 위해 ‘4년의 시간’을 한 번 더 달라고 백성들에게 호소하고 있고

둘째 작은형은 아림골을 새롭게, 다르게 확 바꾸겠다며 현 원님인 동생의 4년간 치세가 업적이 없고 형인 자신이 시작한 일들만 해 왔다며 원님 자리를 내놓으라고 백성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 손아랫동생은 지방 고을의 열악한 살림살이를 부자되게 한다며 조정에서 1조원의 예산을 끌어오겠다며 약속하고 조정의 실세 대신들과의 친분과 정치력을 내세우며 원님 자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막내 동생 역시 고을을 지키며 선산을 지켜온 굽은 소나무처럼 15년을 고을 원 자리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며 아림골 미래 100년 먹거리를 준비하겠다며 원님 선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현 고을 원님은 4년을 처음 마음 그대로 고을 백성들의 민생을 살리고 청렴하게 선정을 펼쳤다고 자부하고 한 번 더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형과 아우들을 설득해 보지만 하나같이 자리를 내놓으라는 요구 뿐 입니다.

5형제 모두 원님 시험을 앞두고 백성들께 응시 원서를 제출하고 지금까지 갈고 닦은 실력들을 선보이기 직전인데 느닷없이 작은 형과 손아랫 동생이 어느날 은밀하게 만나 원님 자리를 놓고 밀당을 시작했습니다.

현 고을 원님의 점수가 자신들보다 조금 더 높으니 둘이서 합치면 이길 수 있을 거라며 서로 양보를 요구하는 이른바 ‘빅딜’ 시도랍니다.

둘째 형은 “형인 내가 먼저 하고 동생이 나중에 하라”며 양보를 요구하고 손아랫동생은 “형님은 원님 2번 했으니 동생에게 양보 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험 날짜는 다가오고 급한 마음에 손아랫 동생은 형님을 향해 공개적으로 둘이 합쳐서 원님 자리를 차지하자는 ‘단일화’ 제안을 했습니다.

그동안 형과 동생은 한 부모 밑에서 난 직계 형제임을 앞세워 싸우지 않고 의논 좋게 원님 선거를 치르자고 약속을 했지만 각자의 힘으로는 현 원님을 이기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손을 잡자고 했지만 서로가 양보를 요구하는 터라 쉽지만은 않다는 소문입니다.

이같은 두 형제의 ‘밀당 빅딜’ 시도를 전해 들은 고을 백성들은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며 질책하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고을 원님이 되고자 하면 백성의 마음을 얻고 민심을 잘 살펴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힘써야 할 터인데 몰래 만나 자리 다툼을 하는건 원님 후보로 당당하지 못한 처신이라며 백성들이 나무라는 분위기입니다.

고을 원님 자리는 후보들끼리 의논해서 주고 받는 자리가 아니라 백성들의 선택과 부름을 받아야 되는데 은밀하게 논의하다 잘 안되니 공개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백성 무시와 오만이라는 저잣거리 민심입니다.

형님과 동생이 백성들 모르게 단둘이 만나 원님 자리 양보를 요구하고 논의한 일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리 근사하게 포장해도 ‘빅딜’, ‘단일화’라 쓰고

‘밀실야합’이라 읽을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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