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주관 종가음식 전수교육반 요리특선
함양군 주관 종가음식 전수교육반 요리특선

함양군 지곡면 백암리 주암마을…. 마을 이름 속에 담긴 의미가 엄청나다. 일엽편주(一葉片舟)할 때 배 주(舟)에 바위 암(岩)자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마을 땅속은 온통 암반석으로 되어 있단 말인가? 주암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소이다. 전부 암반석으로 되어 있소이다, 내로라 하는 풍수가들이 우리 마을을 답사하고 한다는 말씀, 참, 서기 어린 곳이라고 칭송하데요. 도를 숭상한다는 의미의 도숭산(표고는 1044.2m), 중앙에 까마귀 오(烏) 오봉산이 있지요. 흔히 까마귀를 가리켜 신의 전령사요 삼족오의 상징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옛 어른들 말입니다. 도숭산은 깊숙하되 깨끗하고 으슥하되 시원하게 통해서 멀어도 궁벽하지 않고 드러나 속되지 않으니 가히 흡족하게 사군자(士君子)의 장수(藏修)할 곳이니라.“

도숭산 기슭에 숭양정(崇陽亭)이 있다, 그옛날 1901년 충북관찰사(忠北觀察使)을 지낸 정태현 선생이 숭양정을 세워 후학을 가르친 학당이다. 학당에 이런 글이 존재했다.

<어려서 배움 없고 늙어서 이름 없이/ 황진을 폭기하니 뉘우침은 가볍지 않네/ 보상함엔 능히 한 글자도 취답함만 못하고/관유들은 오히려 스스로 중정을 부끄러워 여기네/ 산을 사고 집 지어서 책을 장지해 두고/ 수계하여 어진이 구하니 강도함이 밝도다/ 연하와 천석의 좋은 경치 사랑하노니. 면장하는 땅에서 제생들을 기다리네>

정소혜 여사
정소혜 여사

정태현 어른의 학문사랑, 후학사랑이 구절구절 마다 담겨져 있다. 세월이 흘러 그의 후손 정소혜 여사가 조상의 얼을 지키고 있다.

정소혜 여사는 한때 서울 강남에서 삼성 그룹을 비롯해 톱스타 텔런트 등에게 요리수업을 지도한, 걸출한 요리 명인. 김영주 여행작가 따르면 “저 분이 말이야, 국회의원 한선교, 탤런트 박원숙, 김영옥, 한솔 최현배 아드님 청량리 정신병원 최신해 박사 집에 이바지를 만들어 준 요리의 달인입니다”

1943년 함양 지곡에서 태어난 정 여사는 상경했었다가 십여년전 귀향, 현재 향리에서 종가음식를 가르치고 있다.

정여사는 함양군에서 진행하는 종가음식 전수교육반과 정씨 집안 요리모임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함양군청의 〈함양, 종가의 맛을 찾아 떠난 여행〉 책자 발간에도 참여했다.

정소혜 여사는 함양 일두 종가 전통요리에 일가를 이루고 있다. 일두 종가란 조선 대학자 정여창 가문을 말한다. 정소혜 여사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후손이다.

“일두 종가 전통 요리법, 어떤 게 있나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명절이나 제사 때가 되면, 약과, 율란, 육포, 정과, 유과, 엿, 오징어 오리기 등을 하셨습니다. 쑥이 한창일 때는 쑥거리와 백편을 만드셨는데, 그 정교함이란! 어린 나를 항상 감동시켰습니다. 얇은 편 위에 잣, 대추, 쑥갓잎, 국화잎, 곶감을 오려서 마치 수를 놓듯 매화나무를 장식하고 소문만복래 같은 글씨 새겨 넣어 찌던 떡의 맛,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일두 종가 제삿상에 올랐던 약과, 어떻게 만들까?

정소혜 여사 레시피를 따라가 보자. 재료는 밀가루(중력분) 4컵, 설탕 1컵, 계피가루 4T, 식용유와 정종을 반반씩 섞어서 1컵, 생강즙, 잣가루.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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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에 설탕과 계피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섞어놓은 식용유와 정종을 밀가루에 넣고 반죽하죠. 도마에 반죽을 놓고 밀대로 밀어서 약과 모양을 만듭니다. 타래과나 과자 모양으로 찍어낼 때, 두께는 0,5cm, 길이는 5∼6cm 정도로 밀고, 사각형으로 만들 때에는 두께 1,5cm, 길이는 3∼4cm로 잘라 네 귀퉁이를 젓가락으로 찍어줍니다. 깊숙한 팬에 잠길 만큼 기름을 붓고 약과를 튀기죠”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 믹서에 물을 조금 붓고 갈아서 설탕을 넣고 졸인다. 튀겨 놓은 약과에 생강즙을 얇게 펴서 바르고 잣가루를 뿌린다.

최근 정소혜 여사가 <숭양정반빗간>을 펴냈다. 반빗간은 한옥에서 독립된 부엌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함양 하동정씨 종가음식을 계승하기 위해 그동안 모아둔 레시피를 소개하고, 시골살이의 소소한 일상을 글과 돌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수록했다. 고조할아버지가 1905년에 지은 근대 최초 민간 도서관 〈숭양정〉이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다시 옛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부유하지는 않아도 늘 주변을 푸근하게 감싸주며 살아온 소혜 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지켜볼 수 있다. 또 전통음식이 주는 위로의 힘, 그림이 주는 치유의 힘, 그리고 작은 베풂이 주는 선순환의 지혜를 전해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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