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지아 초청 이야기 마당 펼쳐

 (사진=하동군 제공)
 (사진=하동군 제공)

하동 화개중학교는 하동교육지원청과 구례교육지원청이 공동 주관하는 ‘섬진강 교육생태계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 8일 소설가 정지아 씨를 초대해 이야기 마당을 펼쳤다고 12일 밝혔다.

소설가 정지아 씨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국내 최고 인기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고향인 구례에서 90 노모와 살고 있다. 빨치산 부모를 둔 정지아 씨는 현대사의 부침 속에서 순탄치 않은 인생 역정을 겪었다.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총칼을 겨눴던 우리 겨레의 고난이 그대로 작가의 인생에 들어와서 그는 때로는 아버지를 인정하고 때로는 미워하며 살아왔다.

아버지가 죽고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 가운데는 함께 빨치산 투쟁을 했던 동지에서부터 월남전을 참전하고 온 우익까지 있었다. 작가는 그것을 보고 장례식장 풍경이 한국현대사와 같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을 소설로 옮겨볼 욕심을 냈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화개중 민지원 교장은 “이념과 사상에 따라 편이 나뉘고 서로 죽이고 욕하는 세상 속에서 이곳 화개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는 화개장터는 첨예한 갈등 속에서 어쩌면 서로 화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지아 작가가 소설에서 썼듯이 빨치산인 아버지는 인간으로서 우익과도 친구가 되고 우익 경찰을 살려주기도 한다. 결국 사상과 이념에 앞서는 것은 인간적인 정이라는 우리나라 공통의 정서다. 그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1부에서 화개중-구례동중 전교생의 독서토론이 이뤄졌고, 2부에서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화개중 3학년 이주한 학생은 “빨치산인 아버지 때문에 출세하지도 못하고 손가락질 받은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소설로 쓴 사실이 놀랍다. 결국 자기 속에 있는 문제는 스스로 풀어내야 풀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정지아 작가는 자기에게 닥친 현대사의 갈등과 상처를 자기 힘으로 풀어낸 힘을 보여줬다.

구례동중 3학년 김민삼 학생은 “왜 소설가가 되게 됐는지?”를 물었고 이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가 되게 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정지아 작가는 이번 행사를 마치면서 “사회주의는 실패한 실험이지만 대안으로 제시되는 신자유주의 등이 또 다른 모순을 보일 것이고 그렇다면 인간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겨울로 성큼 다가선 섬진강을 바라보며 화개중 지리산 아이들과 구례동중 백운산 아이들이 만나 역사와 삶과 말하는 힘을 발견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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