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남용 거창경찰서 정보안보외사과 경위
문남용 거창경찰서 정보안보외사과 경위

짙은 어둠과 찬바람을 뚫어내며 앞으로 걸었다.

새해 첫날 새벽, 별이 빛나는 거창 감악산 정상에 섰다.

지난 50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때 조금 더 잘할 걸”, “뭐가 부족했을 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기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 한다”는 말처럼 임기응변으로 살아왔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온 누리를 밝히며 떠오르는 새해를 가슴 벅차게 바라보며 “저 해는 내 것이다, 가장 빠른 거북이가 되자”고 다짐했다.

올해는 성장과 번창을 의미하는 검은 토끼띠의 해 계묘년(癸卯年)이다.

필자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할아버님께서 전래동화 책을 사오셨다.

돋보기안경을 쓰시고 손자를 무릎에 앉혀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를 읽어주신 기억이 생생하다.

요령을 피운 토끼가 거북이보다 늦게 도착해 경주에서 졌다는 내용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처럼 성실과 꾸준함의 교훈을 말하고 있다.

50년을 살아보니 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 선수를 키워낸 아버지(손웅정)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 한다’는 책을 냈다.

“대나무는 땅 밑에서 뿌리 작업을 하는 데만 5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태풍과 비바람에 견뎌낼 수 있다”, “더디더라도 하나의 기본 기술을 완벽하게 익힌 다음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손흥민 선수가 세계최고 축구 리그(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양발을 잘 사용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 비결은 단순했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매일 왼발과 오른발 각 500회 슈팅 연습을 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손흥민 존(zone)과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감아 차기 기술은 반복의 힘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다른 말은 꾸준함이다.

중학생 막내딸이 방학을 맞아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있다.

그 광경을 보고 필자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는 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시험은 거의 100점이었다, 기본인 영어 단어를 많이 외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태어나 죽을 때 까지 ‘인간이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에 충실하며 살아간다면 가장 행복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

올해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가장 빠른 거북이로 살아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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