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9일 입동이 시작되자 기온이 급강하한다. 계절은 여지없이 흘러 가을의 만추요 초겨울이다. 벌써 추수가 거의 90퍼센트가 끝났다. 황량한 들판을 보니 꼭 일 년이 지나서 작년의 오늘과 똑같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 단풍도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세월은 매년 반복하고 있다. 언제인가 모내기하더니 벌써 추수다. 정말 세월은 빠르게 지나지만 자연의 이치는 수레바퀴처럼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

쌀쌀한 아침에는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하고 마스크를 하는 것이 감기를 예방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계절이다. 산사에는 벌써 김장 이 한창이다. 일반가정에는 무 뽑는다고 바쁘다. 저온 저장고가 있는 사람은 무를 뽑아 구멍 난 컨테이너에 담아서 온도를 2~3도에 맞추어 보관하면 겨울나기가 정말 좋다. 그러나 저온 저장고가 없는 가정은 땅 구덩이를 파고 짚으로 둘러싸 무를 넣고 나무를 걸치고 짚을 덮어 지붕을 만들고 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여 흙을 덮어 겨울나기를 해야 한다. 땅바닥은 절대로 비닐을 깔면 안 된다.

땅의 열기는 올라오도록 두고 습기나 물은 땅바닥으로 내려가도록 해야 무가 썩지 않는다. 저장법은 약각 습기가 순환되고 공기도 찬바람만 안 들어오면 된다. 공기가 통하는 것이 좋은 저장법이다. 무가 너무 많으면 이웃과 나누어 먹고 그래도 많으면 썰어서 건조기에 말려 차로 해 먹고 또 다른 반찬으로 해 먹으면 된다. 어릴 때 밤에 먹을 간식이 없으면 무를 하나 꺼내어 껍질을 까서 먹으면 더없는 간식이다.

감도 지금은 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감만 빨갛게 친구들과 함께 많이 달려있다. 어릴 때 배고프게 자란 사람들은 빨리 따서 곶감이나 만들라고 성화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고 예술적 감상을 더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모든 과일이 잘 안되어 큰 수확이 없다. 감도, 사과도, 복숭도, 배도, 자두도 거의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가격이 사상 초유로 폭등했다. 특히 사과 특산물이 많은 거창도 사과값이 작년의 삼사 배다. 그래서 나는 사과를 많이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고맙다는 인사 말씀을 듣는다. 물건이 귀할 때 보내야 모두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장철이 여지없이 돌아왔다. 모두 이웃에 어려운 사람이 없는지 살펴 보고 여분의 배추가 있으면 나누고 무도 나누면 좋겠다. 그러나 시골은 무 배추가 거의 어려운 이가 없는데 도회지 사는 사람은 좀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나누고 싶어도 정보가 없으니 줄 수도 없다. 나도 도회지 살다 귀농했다. 지금 생각하니 시골로 잘 왔다고 생각한다. 자유가 있고 자연이 있고 노력만 하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마 정부도 귀농 정책을 적극적으로 해주었으면 한다.

단 귀농하려면 세세히 무엇을 미리 준비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사전에 준비하도록 주지시키면 좋을 것이다. 내가 거창에 귀농한 후 전국의 많은 지인이 우리 시골집에 놀다 왔는데 나의 사는 모습을 보고 나의 권유에 동조하여 열 가구 정도가 거창에 귀농했다.

그 일들이 어저께인 듯한데 벌써 나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다. 마음은 청춘인데 육신의 외모는 벌써 노인이다. 세월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인생도 흘러간다. 그러나 지인들이 자주 찾아주고 막걸리도 마시고 바둑도 뜨고 일상이 금방 지나니 세월이 너무 급함을 인지한다. 지면을 대하는 지인들이여! 세월의 흐름을 인식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소서. 모든 삶은 내가 창조하고 내가 행복을 만들어가는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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