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이란 말은 원래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라는 말에서 나왔다. 이 말의 뜻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환웅이 땅으로 내려올 때 환인이 준 천부인에는 홍익인간 정신이 깃들어 있다. 홍익인간은 진정한 자비와 사랑의 경지에서 나온 말이다. 내 가족, 내 이웃, 내 민족만을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널리 모든 인간을 사랑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자비심과 기독교의 사랑 등도 홍익인간과 통한다.

이런 우리민족의 정신과 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평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 하동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 도인촌이 삼성궁(三聖宮)의 하동 출신 궁을선인(弓乙仙人) 한풀선사(강민주)다. 그는 지난 1983년 우리민족 고유의 얼과 정통을 복원시키고자 여기에 터를 내렸는데 5,000년 넘게 이어온 민족 선교를 공부하고 가르치기 위해서다. 고조선시대의 소도를 복원한 것이다.

소도(蘇塗)는 삼한시대(三韓時代)에 천신(天神)을 제사지낸 곳이다. 《후한서》 《삼국지》 등에 소도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마한(馬韓), 변한(弁韓), 진한(辰韓)의 삼한에서는 매년 1∼2차에 걸쳐 각 읍별로 제주(祭主)인 천군(天君)을 선발하고 특별 장소를 설치하여 제사를 지내면서 질병과 재앙이 없기를 빌었다. 소도는 신성(神聖) 지역이므로 국법의 힘이 미치지 못하여 죄인이 이곳으로 도망 오면 그를 돌려보내거나 잡아갈 수 없었다. 소도에 영고(鈴鼓)를 단 큰 나무를 세우고 제사지내던 당시의 주술적인 민속신앙은 오늘날에도 유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솟대가 그것이다.

한풀선사는 “이곳은 민족 선도 교육의 총본산이며 천신께 제사를 올리는 소도입니다. 그래서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원력솟대라 불리는 돌탑들과 맷돌·절구통·다듬잇돌 등으로 정성껏 꾸몄으며 한반도와 언젠가는 찾아야 할 우리 땅 만주의 모습을 가진 연못과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토굴, 전시관, 전통찻집 ‘아사달’, 천궁, 숙소 등등으로 가꾸었습니다”라며 이곳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리산은 동쪽에 천황봉, 서쪽에 반야봉, 중앙에 영신대가 최치원과 도선국사도 지리산을 동방제일의 명지로 꼽았다. 이런 정기를 지니고 있는 지리산의 한 자락에 자리 잡은 ‘지리산청학선원 배달성전 삼성궁’의 규모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상상 그 이상이다. “저는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이 같은 배달민족성전을 건립했습니다. 손으로 돌 하나 하나 가지고 와 쌓았습니다. 특히 한반도와 만주를 닮은 연못에는 제가 백두산 천지에서 가져온 물을 연못에 합수했습니다. 제가 고조선의 소도를 복원하는 까닭은 우리의 배달선도문화를 계승하고자 함입니다“라며 지리산 향이 가득 묻어 있는 차를 조용히 음미한다.

삼성궁은 매년 음력 춘삼월 열엿새를 기해 봄 천제를 지낸다. 대체로 영고(迎鼓 초기 부족연맹체 국가인 부여(夫餘)에서 행했던 집단적 제천의식)의 열림소리부터 시작해 천단춤-천례-일신-월신-헌화-헌다-고천-참알-독경-해원-아리랑검-참알-천례-닫힘소리로 제천의식을 마치고 도당 부정거리-불사, 칠성, 제석거리-도당산거리-대신거리-성제님, 별성장군, 신장 대감거리-살풀이-창부거리-뒷전거리등으로 신명나는 잔치를 이어간다. 삼성궁을 돌아보는 산행 길. 검달길(‘검’은 ‘신성하다’의 의미고 ‘달’은 ‘땅’을 의미한다)은 그래서 매우 정갈하면서도 아름답다.

얼마 전 한풀선사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신(神)들은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선사시대의 신들은 인간과 공존했고 고대시대의 신들은 인간을 굴복시키며 신성을 드러냈어요. 중세에 와선 신성이 인성을 노예로 삼아 폭압했고 근세에 와선 신과 인간 사이에 숙주가 나타나 인간을 통제했고요. 현대에 와선 숙주들 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인간사를 전쟁과 분열로 몰아넣게 됩니다. 거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처럼 50년이 넘는 시간을 이곳에 바쳤습니다. 인간의 본성인 자연성을 회복하여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회복하기 위하여”라고 말을 했었다. 이제야 한풀선사의 깊은 뜻을 기자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구본갑 기자 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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