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

노인들은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산이자 경험의 보고이다. 수십 년 쌓은 경험과 지식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분들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런데 요즘 못된 사기범들의 타깃이 되어 고통받는 어르신들을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떴다방 약장사의 사탕발림 말솜씨에 현혹되어 비싸게 구매한 ‘만병통치약’이 알고 보니 가짜인 경우에서부터, 투자 리딩방 사기 수법에 걸려들어 모아놓은 노후 자금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사례까지 다양하다.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던 선배로부터 ○백만원만 빌려달라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금전거래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거절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했다. 예상했던 대로 금융투자 리딩방 사기의 먹잇감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소액으로 시작되었으나 횟수가 늘어나면서 사기범이 던진 수백%의 고수익률 미끼에 칠순의 선배가 걸려든 것이다. 수차례나 사기 피해를 봤음에도 이번에는 투자수익금 ○천만원을 환급해 준다는 가짜 환급통지서를 철석같이 믿고 소득세 명목으로 ○백여만원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송금자 명의를 잘못 기재하여 소득세를 재송금해야 환급금의 전산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에 다급히 필자를 포함한 여러 지인에게 급전 차용을 요청한 것이었다. 함께 경찰서에 가서 피해 신고를 해봤지만, “접수는 하되 현행법상 보상받기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선배 같은 노인들은 급변하는 기술과 인터넷 사용에 대한 경험 부족에 더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으로 살갑게 접근하는 사기범의 지능적인 수법에 쉽게 걸려든다. 이러한 금융사기 피해는 정서적, 심리적인 고통에 따른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후의 재무 안정을 크게 위협한다. 우리 사회가 대처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자 책무가 아닐 수 없다. 잠재적 피해자인 노인들에게 사기 예방 교육을 제공하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다. 국가와 지방정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센터나 시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기 예방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비영리단체와 봉사기관, 지역 도서관에서도 노인 대상의 사기 예방 행사나 교육이 일상화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노인과 같은 취약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기 범죄를 신속히 탐지하고 엄벌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리딩방 사기 피해를 당한 선배의 경우 눈뜨고 현금을 갈취당한 사기 범죄임에도 입출금 통장 조회나 가해자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유사한 피해가 산적하고 있음에도 보상을 차치하고 가해자 특정과 형사적 제재조차 어렵다니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미비한 법률의 보완과 법집행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로 노인 대상의 금융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서 정부와 사회단체,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여 노인 대상의 금융사기를 근절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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