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열린신문 발행인 임완중
경남열린신문 발행인 임완중

세계유산축전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내·외국인들에게 알리고자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세계유산을 무대로 한 각종 전통공연과 체험과 재현행사가 펼쳐지고, 세계유산을 주제로 한 영상을 상영하는 등 고품질의 복합 향유 축전 프로그램이다.

국내 소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공모를 통해서 개최지가 선정되며, 2020년에는 세계유산등재 서원, 경북, 제주에서 개최되었고 2021년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부여·익산) 안동, 수원, 제주 등 4곳에서 진행되었다.

2022년 세계유산축전은 경북(안동ㆍ영주), 수원, 제주에서 열렸다. 그 열기 뜨겁다.

제주의 경우,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시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만장굴 아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연된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 뮤지컬은 약 1km에 달하는 만장굴 공개구간을 직접 무대로 활용해 관람객과 출연자가 함께 걸으며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참여형으로 진행됐다. 이외 제주시는 지역의 스토리를 구준히 발굴, 예술콘텐츠로 제작하며 예술의 섬 제주도를 위한 문화예술사업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서부경남 특히 거창군 함양군 합천군 산청군에는 역사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이들 문화유산들은 사회적·무형적 가치, 심미적 가치, 생태적 가치, 시민 사회적 가치가 크다. 이들 문화유산들은 역사적으로 여러 가치가 축적된 공간이며 이곳에 사는 군민의 기억에 많은 역사적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문화, 기념성,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각도에서 파악하여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

최근 거창사건사업소에 따르면 거창사건 추모공원은 역사교육관 등 시설보강공사(리모델링)를 완료하고 기록물 전시실을 개방했다고 한다.

또, 기존 역사교육관 내 관리사무소는 기록물 전시실로 새롭게 탈바꿈하여 거창사건의 가슴 아픈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유족들이 노력한 발자취가 담겨있는 기록물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액자로 제작 전시하여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거창사건사업소는 내년에 국비 10억원을 확보하여 방문자센터 조성, 추모문과 위령탑 주변 정비 등으로 방문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추모공원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거창사건의 비하인드스토리를 발굴, 세계유산축전 레퍼터리에 버금가는 예술콘텐츠 제작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해시의 경우, 김해시의 문화유산 상징이라할 수 있는 허황후(인도 아유타국 공주) 전설을 오페라로 제작, 공연함으로써 김해시의 위상을 드높인 바 있다. 거창의 경우 한국동란이 빚은 비극 거창사건이 있다.

거창사건은 다 알다시피 1951년 국군이 거창 신원면 지역 양민 700여명을 모아놓고 빨치산과 내통했다는 부역 혐의를 씌워 마을 뒤 산골짜기(박산골)에서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사살한 시신에 기름을 뿌려 불태우는 동안 까마귀떼가 하늘을 뒤덮고, 핏물이 내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엄청난 동족간의 비극을 제주(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와 김해(오페라 “하황후”)가 그랬듯 예술 창작화하여 거창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으면 어떻겠는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는 게 있다.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으로 요즘 아주 각광받는다.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폴란드어로는 오슈비엥침)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현재 박물관으로 바뀌었는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생체실험실·고문실·가스실·처형대·화장터와 함께 희생자들의 머리카락과 낡은 신발, 옷가지가 담긴 거대한 유리관 등을 살펴보고, 나치의 잔학상을 기록한 영화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그밖에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약 200만 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등을 꼽을 수 있다.

거창사건의 현장 주변은 세계 어느 다크 투어리즘 장소보다 비극적 요소가 많은 곳이다.

그 비극을 예술 콘텐츠화하여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만든다면 이는, 거창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에 맞춤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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