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권 (논설위원)
김한권 (논설위원)

이는 보통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요즘 인구에 회자하는 유머이며 시사점을 던져주는 은어이다.

명절에 멀리서 손자소녀들이 갑자기 오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매우 반갑다.

그러나 가면 더 반갑다고 하는 말이 개인적으로 회자한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면 손자손녀들이 멀리서 오면 보고 싶었고 매우 기다리다가 명절이 되어오니 매우 반갑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하루 이틀 며칠 있다 보니 온방을 돌아다니고 온갖 물품들을 끄집어내어 거실과 방에 내동댕이를 치니 너무나 흉물스럽고 어지러운 현상이 연출된다.

그러니 그 반갑고 귀여운 것도 잠시 마음속은 어서 도시로 돌아갔으면 하는 것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속마음이 된다. 그래서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이것도 한층 뛰어넘어 명절 가훈이 계좌이체라는 말도 회자한다.

명절이 되어 멀리 도시에서 시골이나 도시로 부모님을 뵙고 차례상을 차리고 성묘를 하고 음식을 나누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교유의 명절 풍습이지만 어떤 이는 하루 고향을 찾는 시간이 대 여섯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니 부모님 뵈러 오는 아들딸들도 여간 고생이 아니고 또 왔다가 가는 것도 똑같은 고생이다.

또 명절에 다녀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으니 부모님들이 생각하기에 너무 자식을 생각 하는 마음에 그만 명절에 멀리서 고생하고 경비를 많이 써 면서 오는 것보다 부모님 계좌에 성의껏 통장에 현금으로 계좌이체를 하는 게 더 좋겠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 명절 가훈이 계좌이체라고 하는 은어가 생겨났다.

여러 여인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다 보니 대다수가 자기들 명절 가훈은 계좌이체라고 동의하는 이가 많았다.

이 또한 변모해가는 핵가족화의 모습이며 야박한 현대사회의 변하는 모습이며 내면이다.

그래서 결코 삼대가 같이 사는 옛 모습 보다 편리한 현대사회가 아름답고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어떻게 하면 과거처럼 이 사회가 서로 고생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고 가정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조부모, 부모, 아들딸 등 삼대가 한 가족이 되어 대가족으로 살아가는 사회로의 변모는 어려운 것인지 고민해 본다.

일찍이 인도의 시성 타고로는 동방의 등불 코리아여 그 등불이 켜지는 날 세계 밝히리라고 예언한 것은 우리 한국의 대가족제도와 효의 문화를 칭송한 시이며 그렇게 될 때 세계의 리더가 되어 세계평화가 이룩된다는 것을 예지한 것인데 지금 한국은 명절가훈이 계좌이체로 바뀌는 유머적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러 친구나 지인이 모이면 서로 농담 삼아 평생 모은 재산을 아들딸들에게 물리지 말고 살아생전에 다써고 죽자라는 줄인 말이 써죽회라고 한다.

즉 풀이하면 나의 생활종교관은 내 평생 내가 벌은 것 다 써고 죽자라는 유머적 은어가 나도는 사회가 되었다.

물론 내가 열심히 벌어 자식 독립할 수 있도록 학교를 다 시켰으면 내가 모은 돈 장학재단에 기부하든 여행에 즐거움으로 다 써건 그것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생 죽도록 모아 한 푼도 못써다 돌아가시니 또 그런 환경을 많이 격어니 그런 유행어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 살아생전 다 써고 죽자 이것이 나의 생활에 종교라고 하니 웃지 않을 수 없고 한편으로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차라리 써고 남으면 불쌍한 이웃이나 복지재단에 기부하자고 하는 말이 나돈다면 더욱 좋을 텐데 말이다.

왜정시대 북한 땅에 살던 백 선행 선생님처럼 말이다. 백 선행 선생은 남이 입기 싫어하는 옷 입고, 먹기 싫은 음식 먹고, 남이 하기 싫은 일만해서 평생 모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불우한 이웃이나 열악한 학교의 설립과 운영비에 모두 기부한 강인한 여인이자 우리의 스승이요 여장부다.

우리는 이 현실 사회에 회자하는 써죽회 종교보다는 그 종교를 복지와 기부를 위한 써죽회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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